2013년 12월 1일 일요일

소셜 네트웍 서비스: Alone Together

언제부턴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와 같은 소셜서비스에 매료되어 한참을 사용하던 중 문득 궁금해진 것들이 있었다. 소셜 네트웍 서비스를 통해 보여지는 사람들은 실제의 그들의 모습과 얼마나 닮아 있을까? 온라인에서 만난 우리들은 서로를 어디까지 신뢰할 수 있을까? 오프라인 삶 속에 존재할 사람들의 다면적 인격을 그들의 온라인 캐틱터는 얼마나 반영하고 있을까? 그들간의 거리는 얼마나 될까?


Alone Together를 통해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몇 가지의 물음에 대한 약간의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사실 Alone Together는 기술의 진보에 따라 인간의 행동양식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를 여러가지 실험을 통해 논증하고 객관화 한다. Alone Together의 저자, Sherry Turkle는 이러한 기술의 진보에 따른 인간의 행동양식의 변화가 우리가 그동안 지켜왔던 소중한 가치들을 잃어버리는 방향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꼬집고, 기술의 발전이 인류가 지키고 있는 소중한 가치들을 강화하는 쪽으로 사용되어야 함을 역설하고 있다. 


오프라인의 다면적 자아와 온라인의 정제된 자아

Alone Together에서는 사용자가 온라인을 통해 본인이 원하는 실제의 모습을 구현하고 있다고 한다. 온라인에서는 내가 원하는 형태의 모습을 만들어낼 수 있다. 새로운 글을 올렸을 때, 아바타의 모습을 바꿨을 때, 사진을 올렸을 때 주변에서 보이는 반응에 따라 좀 더 많이 주목받을 수 있고 인기를 끌 수 있도록 노력한다. 사용자에 따라서는 좀 더 이지적인 모습으로, 또는 재미있고 유머러스한 모습으로, 또는 프로페셔널한 모습으로 밖으로 비춰질 수 있기를 원한다. 오프라인에서 잘 안되는 것들을 온라인을 통해 '성취'함으로서 일종의 대리만족을 느끼는 면도 있을 것이다. 온라인에서는 오프라인과는 달리 실시간적 대응이 필요없고 따라서 누군가에 대한 본인의 반응을 충분히 고민하고 정제할 시간적 여유가 있기 때문에 그러한 목적의식적 '치장'이 가능한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는 점점 비실시간적이면서 통제가 가능한 온라인 삶의 매력에 빠져들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SNS 사용자들은 그 목적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자신의 모습을 디자인한다. 어떤 사람들은 친목을 목적으로 가까운 지인들만을 대상으로 개인의 정보를 공유하고 어떤 사람들은 애초부터 Personal Branding을 목적으로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인다. 그들은 각자의 목적에 따라 나름의 온라인 에티켓을 준수하며 컨텐츠를 공유한다.  

SNS와 같은 온라인 도구를 통해 만나는 사람들이 나에 대해 어떤 이미지를 가지고 있을까는 일상생활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나의 모습을 궁금해하는 것 만큼이나 개인적인 관심사일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주말 오후 강남거리를 아무리 잘 차려입고 걸어다녀도 아무도 내게 눈길 한 번 주지 않는 것 만큼이나 온라인에서도 보통사람들의 존재란 단지 끝없이 올라가는 타임라인 가운데 단 한 줄 만큼 정도의 무게일 뿐이다. 일상에서의 스타는 온라인에도 스타다. 일상에서의 보통사람은 온라인에서도 보통사람일 뿐이다. 대부분은 그렇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온라인의 자아를 예쁘고 단아하게 때로는 섹시하게 치장함을 멈추지 않는다. 우리는 주목받고 싶어한다. 우리는 공감 받고 싶어한다. 오프라인의 삶은 그렇게 온라인의 자아에 투영되고 있다. 


감성적 연결의 다변화

Alone Together에서 저자는 사람들이 로봇을 통해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음을 실험을 통해 밝히고있다. 이 가능성을 바탕으로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이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으며, 그 기술 자체도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때때로 이러한 종류의 로봇은 인간의 관점에서 더 이상 무감정 무감각의 로봇이 아닌, 고양이나 개와 같은 살아있는 개체처럼 인지되고 있다. 로봇이 사실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조합일 뿐이라는 사실은 그런 로봇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겐 중요하지 않다. 그들은 어쨌든 로봇을 통해 마음의 위안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현상을 통해 인간이 기술의 발전과 함께 정작 중요한 가치를 잃어가고 있는 것이 아닌지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그러나, 그런 현상의 옳고 그름을 떠나 어쩌면 사람이 행복을 느끼는 기준은 그 대상이 실제인지 허구인지와는 관계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도우미 로봇은 인간의 말을 인식하고 적절하게 대응하도록 설계되었으며 인간과는 달리 화를 내거나 귀찮아하지 않는다. 사람은 헌신적인 로봇과 일정기간 교류함으로써 점차 로봇에 대해 감성적 연결고리를 맺게 된다. 적절하게 프로그래밍된, 제한된 언어만을 구사할 수 있을 뿐인 도우미 로봇에게 연민의 정을 느끼게 될 때 그들은 더 이상 로봇이 아닌 것이다. 

SNS와 같은 온라인의 삶에서는 어떨까. 우리는 우리가 올린 글에 대해 다른 사람이 반응할 때 만족감을 느낀다. 누군가가 나의 트윗을 리트윗하거나 나의 글을 like하거나 공유할 때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느낀다. 누군가가 나의 존재를 '인식'하고 있다는 느낌. 그것은 나의 '실존'을 타인을 통해 확인하는 과정이다. 왠지 어느 정도 오프라인의 그것과 닮아 있는 것 같다. 하지만, SNS를 이용하면서부터 어쩌면 우리는 더이상 관계유지를 위해 시간을 내어 장소를 이동하고 얼굴을 맞대지 않아도 되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always-on network을 통해 공간을 뛰어넘어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그 연결을 통해 원하는 때에 원하는 만큼 흔적을 남기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예전처럼 서로 얼굴을 맞대거나 전화를 통해 음성을 들었을 때만 감성적 연결을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닌 것이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 신뢰

SNS를 통해 가지는 감성적 연결이 오프라인에서도 이어질까. 온라인에서 느끼는 친밀감 만큼이나 우리는 오프라인에서도 가까울까. 온라인을 통해 느끼는 누군가에 대한 신뢰가 여전히 오프라인에서도 유효할까. 오프라인의 관계에서만큼이나 온라인 관계에서도 상호침투(reciprosity)가 가능할까. 

트위터는 사용자간 "Follwing"의 관계를 기반으로 한다. 사용자는 유명 연예인이나 관심분야의 유명인이 tweet하는 얘기를 들을 수 있고 그 얘기들에 실시간으로 반응한다. 문득 Reply나 멘션을 통해 그들과 1:1의 메세지를 주고 받기라도 하면 마치 그들이 자신의 일상안으로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들기도 한다. 페이스북도 마찬가지 맥락에 있다. 사용자들은 페이스북에서 서로 간에 Friends를 맺고 그들간 올리는 컨텐츠를 서로 공유하며 그렇게 공유된 컨텐츠에 반응함으로써 서로의 존재를 확인한다.


이 책의 저자인 Sherry Turkle는 자신의 TED 강연에서 이렇게 SNS가 제공하는 약한 연결을 통해 사람들은 감성적 연결고리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고 싶어한다고 한다. 사람들은 친구들과 까페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스마트폰으로 페이스북을 하고 트위터를 통해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과 소통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이것은 아이러니다. 함께 있지만 혼자 있는 것이다(Alone Together).

사람들은 SNS를 통해 관계를 유지한다. 그리고 그 SNS를 통해 연결된 감성적 연결고리가 그들의 네트웍이라고 믿고 있다. 맞지만 틀린 얘기다. Sherry Turkle 의 지적대로 그런 연결고리는 "mere connection"일 뿐, 그 연결이 서로 간의 신뢰를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에서 알게 된 사람과 직접 1:1로 만나본 적이 있는가? 그렇게 알게된 사람으로부터 직접 1:1 연락을 받아 본 적이 있는가? 이럴 때 우리의 반응은 어떨까? 또한 그들의 반응은 어떨까? 늘 그렇듯, 처음 만나는 사람들에 대해 우리는 '경계'하게 될 것이다. 그들이 나의 '적'이 될지 '동지'가 될지를 탐색하는 것은 인류가 생긴이래 가장 오래된 인간의 본능이니까. 내가 올리는 Like나 공유의 횟수가 오프라인에서 나와 그들간의 신뢰적 관계를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SNS에 아무리 많은 친구가 있고 SNS를 통해 아무리 많은 활동을 한다 해도, 여전히 우리는 온라인과 오프라인간의 높은 벽을 무너뜨리지는 못하고 있다.

페이스북의 전세계 사용자는 2013년 말 현재 12.5억으로 알려져 있고, 아주 최근 10대 사용자의 유출이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가장 넓은 충성도 높은 사용자층을 가지고 있다. 트위터는 active user 관련 논란이 있긴 하지만, 역시 대안 미디어로서의 입지를 이미 굳히고 있다. 스마트폰 기반의 서비스들이 소셜 그래프를 통해 사용자의 충성도를 제고하고 전환비용을 높이려는 노력은 이제 상식처럼 여겨지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서비스의 다양한 소셜 그래프위에 크라우드 소싱이나 P2P 공유 경제와 같은 새로운 패러다임들이 등장하고 있고 소셜 그래프를 이용해 특정 사용자에 대한 신뢰도를 측정하려는 노력도 함께 이루어지고 있다.


맺음말

다양한 SNS의 진화로 더 많은 사람들과 더 많은 것들을 다양한 형태로 공유할 수 있게 된 지금, 이제는 좀 더 본질적인 물음을 던져볼 시기인 것 같다.

나의 소셜 그래프에 있는 사람들을 나는  어디까지 신뢰할 수 있을까? 나는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그들과 진심으로 마음을 열고 대화를 나눌 수 있을까? 낯선 사람을 잠재적인 '적'이 아닌 잠재적인 '동지'로 인지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각 개인의 정신적 역량에 기대어 왔던 이러한 관계의 문제를 기술적 진보가 해결해 줄 수는 없을까?



Red Mouse